여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이선옥 센터장 “장애인 자립, 가족의 몫으로만 남기지 말아야”(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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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지난 10월 1주년을 맞았다. 1년 남짓 많은 활동을 해온 이선옥 센터장을 만나 장애인 가족들의 삶과 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선옥 센터장은 장애인 부모들의 소원은 ‘자녀들의 자립’이라면서 부모의 돌봄 없이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국가가 책임있게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여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소개하자면?
여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옹호하고 다양한 정보제공을 통해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키며 장애인과 함께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가족상담, 가족교육, 자조모임, 휴식지원, 인식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센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부모회 여주시지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여주 장애인부모회는 2010년 교육청의 장애인 방학 프로그램인 ‘늘해랑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면서 만난 부모들이 티타임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각자 겪고 있는 고충을 나누며 서로 힘이 되는 과정을 경험한 부모들이 부모회를 구성해 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회원들끼리 장애인 자녀 양육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힘을 모아서 장애인들도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그 가족이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렇게 50명의 부모들을 모아 2011년 6월에 부모회를 창립했다.
자녀 둘이 모두 발달장애인이라고 알고 있다. 장애인 부모로 살아가면서 힘든 점은?
연년생 아들 둘이 자폐성 장애 1, 2급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침에 눈 뜨면 늘 곁에 붙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챙겨야 한다. 첫째아이가 27살, 둘째아이가 26살인데 3살짜리 아이를 평생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도 한쪽으로만 닦고 양말도 뒤집어 신는다. 일일이 다 챙기면서 관리해야 한다.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하니 기본 생활 습관은 본인이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다.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아이들 학령기 때는 치료실이 여주에 없어서 원주로 다녔었다. 지금은 바우처 제도가 생겨서 치료비를 일부 지원받지만 예전에는 치료받을 곳도 없고 비용도 비싸서 엄두가 안 났다. 치료비만 1인당 100만원 가까이 들었던 것 같다. 주로 언어와 심리 치료를 받는데 그 외에도 음악, 미술, 신채활동 등 해야 할 과목이 많다. 바우처 지원을 받아도 치료비가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치료에도 다 시기가 있어서 그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지원제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개개인의 상황이 다 달라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힘들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왔나?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지금 사는 집이 친정 동네인데 시골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언니랑 같이 집을 짓고 들어왔다. 바로 앞에 부모님이 사시고 1층에 언니가 사니까 아이가 아프거나 볼일이 있을 때 많이 도움을 받는다. 언니의 큰 아이도 장애가 있다. 서로 돕고 의지를 많이 한다. 처음엔 아버지가 이사를 안 왔으면 해서 많이 싸우기도 했다. 아버지가 장애인 손자들을 창피해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섭섭했다. 1년 간 설득했고 지금은 많이 도와주신다. 가족들이 똘똘 뭉쳐서 그 힘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살 수가 없다. 가족이 품지 않고 사회가 품어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발 디딜 곳이 없다.
특수교사, 상담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도 컸고 장애인 부모들과의 소통도 큰 도움이 됐다. 학교나 치료실에서 만났던 선배 엄마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당사자들끼리니까 잘 통한다.
돌봄 도움을 따로 받을 곳이 없는 가정을 위해 단기보호센터가 생겼다. 보호자에게 일이 생겼을 때 일정한 비용을 내고 잠깐씩 맡기고 볼일 끝나면 데리고 가는 식이다.
장애인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치료비도 많이 들고 부모 중 한명은 일을 할 수 없으니 가정경제도 빠듯하다. 우리집도 애들 아빠가 버는 돈은 대부분 아이들 케어하는 데 들어간다.
부모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들은 덩치가 커지다보니 몸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맞아서 상해를 입는 부모도 있다. 그러면 몸과 마음에 다 상처를 입는다. 휴식이 충분치 못한 생활이다 보니 건강에 이상이 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우울감이 지속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장애인 부모에 대한 정서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센터에서도 부모 교육을 할 때 이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관련 정책을 만들 때 당사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이 법 만들기 전에 하루 1시간만이라도 우리 아이들하고 같이 생활해 본다면 아마 내용이 많이 바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론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전파되었으면 한다. 인식 개선에 있어서 교육적 효과도 크다. 어떤 아이를 낳았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장애인 자녀들이 부모의 돌봄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은?
부모들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을 자립시키는 것이다. 부모가 이 세상에 없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다.
취업과 이동이 가능한 경증 장애인은 독립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우리 아이들처럼 중증 장애인의 경우에는 전문 인력의 지도와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생활가정 형태의 지원주택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공동생활가정은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역사회 안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거주하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갖고 독립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지원을 받는 곳이다. 자신의 개성과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설과 가정의 장점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지도교사가 상주하면서 관리해주고 일반 가정과 다를 것 없이 각각 방을 쓰고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곳이다. 낮 시간에는 주간보호센터나 직업훈련에 갔다가 돌아와 생활하는 방식이다.
노인복지 차원에서는 공간에 대한 고민들이 많은데 장애인 자립과 관련해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맞는 장애인 가족들끼리 셰어하우스 형태의 공동생활가정을 꾸리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뒤따른다. 부모가 없고 나이가 든 후에도 장애인들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 있게 그 기반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주민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 지점이 장애인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공동생활가정은 지역, 마을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장애인들도 사회인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장애인들도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 지역 주민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들의 지도 하에 산책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하고 가능한 만큼 마을일에도 참여하면서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도 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은 존재로 인식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여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을공동체 안에 속하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에게 센터는 어떤 존재인가?
센터에서 절임배추와 양념을 담아 김장 키트를 마련해주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장애인 자녀를 돌보다보면 김장을 할 엄두가 안 나는데 온 식구가 모여 놀이하듯이 재미있게 김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장애인 가족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센터 이용자 중 한 분이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면서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평가하는 것을 듣고 울컥했다. 센터가 없었다면 우울증을 극복하기 어려웠다고도 하고, 꼭 필요한 교육을 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이 분은 우리 센터를 큰 우산이자 등대이며 지팡이라고 표현했다. 너무 고마웠다. 이 말을 들으며 힘들지만 만들기 잘했다, 오히려 내가 용기와 힘을 얻으며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센터는, 센터에서 만나는 장애인 가족들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아마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가족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더 많은 장애인 가족들에게 우산이 되고 등대가 되고 지팡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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